아무튼 요즘 꽂혀있는 향수가 조 말론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 지난번 포스팅에서 리뷰했던 블랙베리 앤 베이는 처음에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한데다 주변에서 향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샘플이 다 닳을 때까지 뿌리고 나니 심하게 아쉬워졌다. 그래서 최초로 미니어쳐가 아닌 30ml 짜리 조 말론 향수를 구매하기로 결심! 오늘은 친구와 조 말론 매장에 다녀왔다. 사실 가서도 한참 망설였다.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넛을 살 것이냐, 아니면 블랙베리 앤 베이를 살 것이냐. 그런데... 어쨋거나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넛은 아직 미니어쳐가 남아있고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긴 하다. 이 향도 정말 맡을 수록 점점 좋은 것 같다) 두개를 사기엔 재정적으로 후덜덜해서 일단 급한대로 블랙베리 앤 베이만 샀다. 당분간은 이 향수가 나의 시그니쳐 향수가 될 듯!! (드디어 내게도 시그니쳐 향수라는 것이 생기다니!!! ㅎㅎㅎ 참 멀리 왔다. 향수 취향 따위 없던 향알못 내가 ㅎㅎ)
블랙베리 앤 베이를 사면서 샘플을 몇 개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샘플이 다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서 몇 개 골라온 것이 레드 로지즈 (Red Roses), 미모사 앤 카다몬 (Mimosa and Cardamon), 그리고 라임 바질 앤 만다린 (Lime Basil and Mandarine) 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 몰 안에 있던 세포라에 갔다가 또 두개의 인텐스 계열 조 말론 샘플을 더 얻었는데 하나는 벨벳 로즈 앤 우드 (Velvet Rose and Oud), 다른 하나는 튜버로즈 안젤리카 (Tuberose Angelica). 결국 총 다섯개의 샘플을 얻었는데, 이 얘기를 동생에게 하니까 동생이 혹시 언니 미국 세포라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샘플 다 긁어가는 사람으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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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향기록을 남겨보도록 하자.
조 말론 미모사 앤 카다몬 (Mimosa & Cardamon)조 말론 라임 바질 앤 만다린 (Jo Malone Lime Basil and Mandarin)
먼저 미모사 앤 카다몸은 첫 향은 향신료같은 뭔가 독하고 뜨뜻한(?) 향이 난다. 뭔가 꽃냄새 같은 것도 나는데 그게 미모사인가 보다. 미들노트에는 바닐라처럼 부드럽고 달달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그 향신료 같은 향이 나에게 멀미를 준다...ㅎㅎㅎ 아니 정말 이런 향을 쓰는 사람들이 있나 해서 뒤적거려 봤는데 정말로 이 향을 데일리로 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이국적인 느낌이 좋은 건가..? 아무튼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라임 바질 앤 만다린은 조 말론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중에 하나라는데... 이거 역시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라임이나 만다린 냄새보다는 바질 냄새가 강하게 난다. 분명 라임이나 만다린이라면 시트러스 향이 많이 날 것 같은데 그런 상큼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거의 바질 냄새 뿐인데, 이게 나한테만 그런 건지 굉장히 독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바질... 음식에 들어간 건 잘 먹는데 어쩐지 이 향은 좀 모기약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코롱 주제에 왜 이 모기약 냄새는 한 번 뿌리면 사라지지도 않는 것인가.
조 말론 레드 로지즈 (Jo Malone Red Roses)조 말론 벨벳 로즈 앤 우드 (Jo Malone Velvet Rose & Oud)
이번에는 두개의 로즈 향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레드 로지즈는 색깔부터 이미 분홍색이고 '나 꽃의 여왕 장미요' 하는 향이다. 끌로에가 싱그러운 생장미 향이라면, 조 말론은 그것보다는 훨씬 더 화려하고 관능적인 장미향이라고 해야 하나. 대 놓고 장미향이 훅 하고 찌르고 들어온다. 이게 무슨 향일까 뭐 그런 거 없다. 너무 명백한 장미향인데, 끌로에보다는 인위적인 장미향이다. 벨벳 로즈 앤 우드의 경우는 약간 매캐하고 맵싸한 느낌이 전반적으로 나는데 의외로 장미향 자체는 굉장히 은은하다. 레드 로지즈가 코를 장미꽃에 푹 박았을 때 날 법한 향이라면, 벨벳로즈 앤 우드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산책 나갔다 오는 길에 어디서 은은하게 장미향이 난다? 하는 느낌의 향이다. 다만 장미향이 은은하다는 거지 향 자체는 인텐스 계열 특유의 독특한 매캐한 향 때문에 마냥 은은하지만은 않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벨벳 로즈 앤 우드. ㅎㅎㅎ
조 말론 튜버로즈 안젤리카 (Jo Malone Tuberose Angelica)
튜버로즈 안젤리카 역시 인텐스 계열 코롱 답게 살짝 독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달달한 꽃향기가 난다. 길에 핀 들꽃 냄새 같은데, 향긋한 동시에 매캐하다. 튜버로즈나 안젤리카나 내가 본적이 없는 식물이라 ㅎㅎㅎ 대체 이게 어떤 꽃 냄새인지 잘 짐작이 안 간다. 아무튼 기본적으로는 플로럴 향인 것 같다. 뭐 나쁘지는 않다만... 워낙 조 말론에 내가 반해있는 다른 향들이 많다보니 딱히 마음이 끌릴만한 향은 아닌 듯 하다. ㅎㅎ
그 외에 조 말론 매장에서 이것저것 시향해 보긴 했는데, 그냥 한번 맡아본 것들은 느낌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굳이 결론을 쓰자면, 피오니 블러썸 스웨이드 그거 별로였다. 와일드 블루벨 그것도 별로였다. 넥타린 블로썸 그것도 너무 흔하고 은은했다. 얼그레이 큐컴버 괜찮은 거 같은데 기회되면 한번쯤 더 맡아보고 싶다. 결론은... 내가 산 블랙베리 앤 베이가 제일 낫다는 거 ㅎㅎㅎ 그리고 역시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 넛이 현재로서는 짱이라는 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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