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미니어쳐를 모으는 것을 알고 있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선물로 안나수이 향수 미니어쳐 세개를 주었다. 이제 미니어쳐는 그만 모으기로 했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챙겨준 친구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기쁘고 감사하게 받았다. 친구에게 받은 향수는 안나수이 플라이트 오브 팬시, 안나수이 포비든 어페어, 안나수이 페어리 댄스.  셋 다 나름대로 유명한 향수들이라 궁금하긴 했다. 

친구한테 받고 나서 시향해 보려고 책상 위에 두고도, 한 동안 조말론 레이어링에 빠져 있었던 지라 건드리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한 손에는 플라이트 오브 팬시를, 다른 손에는 포비든 어페어를 뿌리고 일하다가...... 멀미가 나서 .... 버티다가 결국 손을 씻으러 다녀오고 말았다. 둘 다 나름대로 향이 강한 향수라서 함께 맡으니까 정신이 오락가락. 본의 아니게 레이어링. 나중에 좀 컨디션 괜찮을 때 하나씩 다시 시향해 봐야겠다. 

안나 수이 플라이트 오브 팬시 (Anna Sui Flight of Fancy)

안나수이 플라이트 오브 팬시. 이름 뜻을 굳이 번역하자면 '상상의 나래'쯤 되겠다. 달콤한 향이 첫 향에 훅 치고 들어오고, 뒤로 갈 수록 점점 더 부드럽고 파우더리 해지고, 약한 머스크 향으로 바뀐다. 복숭아 향 같은데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랑 비슷한 느낌인데 조금 더 단 향이 강한 것 같다. 그리고 랑방과 달리 살짝 뒷골이 땡기게 하는 둔탁한 단향이 있다. 미니어쳐 바틀은 오리지널이랑 비슷하게 만든 것 같다. 안나수이는 향수병이 독특하고 예쁘기로 유명한데, 미니어쳐는 그 디테일을 다 플라스틱 뚜껑으로 처리해버리니 어쩐지 디자인은 좀 아쉬운 느낌이다. ㅎㅎ 그래서 사진이라도 좀 드라마틱하게 찍어보았다. 


안나 수이 포비든 어페어 (Anna Sui Forbidden Affair)

안나수이 포비든 어페어. 금지된 사랑이라니. 이름이 너무 도발적인 거 아님? ㅎㅎㅎ 그런데 향냄새는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대체 이게 어딜 봐서 금지된 사랑인지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꽃냄새, 거기에 잔뜩 섞인 물냄새. 얼핏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이랑도 비슷한 농도로 물냄새가 섞인 것 같다. 그래도 바틀이 예쁜 것 같다. 비록 뚜껑은 플라스틱 싼티가 나긴 하지만, 포비든 어페어라는 이름은 바틀 앞에, 금지된 사랑을 하고있는 남녀 그림이 바틀 뒷면에 있어서 각도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글자와 그림이 겹쳐 보인다. 아마 진짜 향수병은 훨씬 더 예쁠 듯. 


안나 수이 페어리 댄스 (Anna Sui Fairy Dance)

안나수이 페어리 댄스. 시크릿 위시라고 뚜껑에 써 있어서 처음에는 헛갈렸는데 찾아보니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깔이 다르다. 요정의 춤이라는 이름답게 향도 밝고 부들부들하고 달달하고 은은하다. 전반적으로 열대과일향 같은데 장미향도 조금 나는 것 같고, 전반적으로 파우더리한 느낌이 있는데 뒤로 갈 수록 바닐라 향이 진해진다. 시원한 향이라기보다는 따뜻한 향이라서 어쩐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 취향에 비해 너무 달다. 


취향도 없던 향알못 시절에서 빠져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새콤 달콤 꽃냄새 물냄새 풍기는 향들이 이제는 가끔 좀 힘들다. 특히나 요즘처럼 조 말론의 은은한 나무냄새 잔잔한 허브냄새 같은 것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뇌를 압박해 오는 꽃냄새는 머리가 아프고, 거기 섞여있는 물냄새는 멀미를 일으키기도 한다. 나도 취향이라는 게 생겨버린 것일까! 아무튼 선물을 준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안나수이는 적어도 당분간은 내 취향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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