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탐기록이 또 많아지는 이유는 요즘에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글을 쓰고 있어서다. 아침마다 나 자신을 후려쳐서 도서관에 앉혀 놓아야 하는데, 나 같은 게으름뱅이는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런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가장 좋은 전략은 '채찍'과 함께 '당근'을 주는 것이다. 요즘 나의 '당근'은 도서관 구석에서 향수를 뿌리고 중간중간 킁킁 냄새를 맡아가며 일하는 것. 글 쓰는 데 딱히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집중력을 흩트려 트리기 때문에 좋다. 물론.... 글 쓰다가 미뤄 놓고 이렇게 향탐기록을 쓰는 것은...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렇다. 하지만 길게 쓰지 않을 거다. 짧게 휘리릭 써 놓고 사라질 거다. 

아크로 어웨이크

커피 향수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게 된 아크로 어웨이크. 커피 향 중에서도 평이 좋아서 향이 너무 궁금했지만 블라인드로 지르기엔 위험할 것 같아서 신세계에서 2ml짜리 디스커버리 세트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했다. 디스커버리 세트에는 어웨이크, 라이즈, 베이크 세 개가 들어 있는데, 다크 2ml를 서비스로 같이 보내 줬다. 다 궁금했던 향이라서 좋다. 역시 향수 탐색은 디스커버리 세트가 짱이야. 마음에 들면 마음에 드는 대로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싸게 살 기회가 있을 때 지르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안 드는 대로 2ml만 마저 쓰면 되니 얼마나 좋아. 나머지도 도서관에 오는 날마다 틈틈이 뿌려가면서 시향기록을 올리도록 하겠다. 

노트 정보를 찾기 어려웠지만 겨우 찾아서 쓰자면...

탑노트: 커피

미들 노트: 카다멈

베이스 노트: 베티버 

....라고 한다. 이렇게 심플할 수가. 그러나 이것도 찾기 어려웠는데 겨우 찾은 거다. 

 

시향 후기:

탑노트: 헤이즐넛 커피 원두 향이다. 커피 브레이크와 달리 정말로 앞구르기 세 번 하고 뒷구르기를 한 뒤에 맡아도 커피향. 그런데 이상하게 짭짤하고 달면서 씁쓸한 스파이시한 향이 같이 난다. 카다멈일까. 커피향은 좋지만 이 향이 약간 개인적으로 불호다 (약간 커피 쩐내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담뱃재 냄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향을 자주 뿌리게 될까? 묵직하고 남성적인 느낌이다. 

미들노트: 달콤함이 사라지고 우디한 향과 함께 약간 짭짤한 스파이시 향이 남는다. (이거 카다멈일까?) 

베이스노트: 꽤 우디한 나무 냄새가 난다. 그리고 커피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짭짤하게 남는 스파이시한 향이 여전히 조금 쩐내같은 느낌 ㅜ_ㅠ) 그래서 굳이 묘사하자면, 오래된 나무 책상에 며칠 전 커피를 흘렸는데 닦아냈지만 그럼에도 나무결 사이로 커피가 스며들어서 나무에 배어서 계속 나는 냄새 같은... (너무했나? ㅎㅎㅎ) .... 그것보다는 조금 더 향긋한...? ㅎㅎㅎ 여튼, 오래 된 나무도, 나무 책상도, 커피 냄새도, 오래된 커피 냄새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베이스 노트는 나쁘지 않다에 한 표다. 그리고 얼핏 오래된 커피 사탕 냄새 같기도 하다. 왜 그 틴캔 같은데 들어 있는 커피 사탕, 오래 두면 나는 냄새 같은 것. 

총평: 커피 향수라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이게 카다멈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중간에 나는 짭짤 씁쓰레한 스파이시 향만 없었더라면 좋아했을 향이다. 특히 탑 노트의 헤이즐넛 향은 원두를 갈았을 때 나는 냄새와 유사해서, 만약에 누군가가 커피 향수를 찾는다고 하면 나도 추천했을 법한 향수다. 다만, 중간의 그 씁쓸 짭짤 스파이시가 개인적으로는 불호라서, 자주 뿌리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덧: 지속력이 어마어마하다. 집에 와서 씻고 난 다음에도 손에서 커피 냄새가 날 정도. ㅎㅎ 나는 사실 지속력이 약한 향수를 좋아해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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