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국민향수' 라고 쳐보면 랑방 향수들이 뜬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뜨는 것은 연보라색 동그란 향수병에 들어있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한참 국민향수 랭킹 1위를 달리던 에끌라 드 아르페쥬는 곧 랑방 메리미에게 '국민향수'의 지위를 넘겨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10년전 쯤의 일인 듯 한데..ㅎㅎㅎ 여튼 여전히 '국민향수' 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랑방,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써보았다는 랑방의 향수들을 한번 맡아볼까? 킁킁킁 ㅎㅎㅎ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Lanvin Eclat d'Arpege)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Lanving Eclat D'Arpege) 는 대표적인 국민향수의 이미지다. 향은 복숭아향에 꽃향기가 섞인 것 같은데 향긋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청순하고 은은한 향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는 지나치게 은은해서, 코딱지만한 향수를 아주 들이붓다시피 손목에 부어도 금방 공기중으로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다. 향 자체가 무난해서 쉽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개성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맡았을 때는 국민향수의 높은 명성에 비해서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향 자체가 워낙 부드럽기 때문에 코에 자극적이지 않고, 다른 향수들에 비해 인위적인 느낌도 덜한 편이라 종종 찾게 된다. 미니어쳐는 실제로 보면 더 작다. 용량은 4ml 정도. 그래도 나름대로 오리지널의 향수병을 그대로 줄여놓은 느낌이라서 귀엽긴 아주 귀엽다.
쟌느 랑방 (Jeanne Lanvin)
오히려 잔느 랑방 (Jeanne Lanvin) 이 나는 좀 더 좋았다. 랑방 향수들이 전반적으로 다 사랑스럽고 은은한 꽃향기이긴 한데, 잔느 랑방은 탑노트가 좀 비누냄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하고 달달하다는 점에서는 에끌라 드 아르페쥬랑 비슷했지만, 거기에 좀 더 깔끔하고 상큼한 냄새가 난다. 깨끗한 향이라는 느낌이다. 미들노트로 갈 수록 좀 더 달달해진다.
잔느 랑방은 랑방의 창시자인 잔느 랑방을 기념해 만든 향수라고 한다. 미니어쳐 역시 오리지널 향수병을 본따서 아주 귀엽다. 랑방의 향수들은 전반적으로 여성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을 어필하는 것 같다. 대체로 은은하고 무난한데, 그런만큼 좀 재미가 없고 평범하다. 그리고 내 취향에는 지나치게 소녀스러운 듯. 그래도 잔느 랑방이 셋 중에는 제일 마음에 든다.
랑방 메리미 (Lanvin Merry Me)
에끌라 드 아르페쥬 이후에 출시되어 국민향수의 명성을 이어 받았다는 일명 프로포즈 향수 랑방 메리미 (Lanvin Merry Me) 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병도 예뻐서 인기가 많았다는 것 같다. 원래 향수병에는 리본도 매어 있다는데 미니어쳐엔 그런게 있을리가 없다. ㅎㅎㅎ 이름 때문에 굉장히 사랑스러운 향기가 날 줄 알았는데, 처음 뿌렸을 때는 의외의 향에 흠칫 놀랐다. 아니.. 어디서 이렇게 끈덕거리는 꽃향기가. 가끔 동네 산책하는 길에 풍겨오는 끈적한 꽃냄새. 꿀냄새 같기도 한 묵직한 향이 탑노트에서 풍겨온다. 대체 노트 설명에도 없는 이 끈덕진 꽃냄새는 뭐란 말인가. 그리고 이게 어딜봐서 메리미냐. 그래도 메리미라면 조금 더 가볍고 사랑스럽고 밝아야 하는 거 아님? 암튼 납득이 안가서 그런지 자꾸 뿌려보게 되는 향수인데, 독특해서 자기 개성이 분명한 건 마음에 든다. 현재까지는 내 취향에서 좀 많이 벗어나긴 하는데 좀 더 두고 봐야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