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갑자기 향수가 궁금해졌다.

딱히 이유도 없고 맥락도 없어서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도록 살아오면서 한번도 향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뿌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남들이 뿌리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향수가 궁금하다는 말을 했을 때 동생은 '오래 살고 볼일' 이라고 할 정도였다. 대체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갑자기 향수의 세계가 궁금해진 걸까. 하여간. 향수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하는 직종 (그런 직종이 있다 ㅎㅎ)에 있는 내게는 덕질을 하기에 딱 알맞은 주제였다. 앉아서 일하면서도 양 손에 각기 다른 향을 뿌리고 킁킁거리며 그 변화를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향수에 대해 아는 것이 1도 없는, 향수에 대해서라면 거의 백지와 다름이 없는 향. 알. 못인 나는, 갑자기 향수 탐색을 시작하게 되는데... ㅎㅎㅎ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향수를 접하고 하나씩 뿌리며 자기에게 맞는 향과 본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애초에 향수를 접하게 된 시기나 경로가 좀 다른데다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덕후 기질이 자꾸 향수를 '학습'하게 만드는 바람에... 나는 내가 새롭게 알게 된 향들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나온 게 바로 이 향수 탐색 시리즈. 

향수탐색은 일단, 지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유행했던 국민향수를 하나씩 섭렵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향을 맡아봐야 알 것 아닌가. '국민 향수'는 그런 면에서 유용했는데, 왜냐하면 국민향수라는 건 그만큼 여러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은 소위 검증받은 향수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유행이 지난 국민향수들이긴 하지만, 향수에 대해 문외한인 내게는 모두 새로운 향이었고, 심지어 너무 유행이 지나 커피값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미니어쳐를 구하기가 쉬웠다. 그래서 일단 향수덕질은 미니어쳐를 2-3일 간격으로 하나씩 사들이면서 그 냄새를 맡아보고 배우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보면 아마 나의 향수 취향이라는 것도 생기고,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나의 시그니쳐 향수를 찾을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첫번째 향수는 우아하게, 베르사체 브라이트 크리스탈을 골랐다. (이유는 '싸서.' 가격이 커피 한잔 값 정도 되었다 ㅎㅎ)



베르사체 브라이트 크리스탈


서른 여덟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향수 되시겠다. 어떤 향인지 알고 산 건 아니었지만, 첫 향수로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향수'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잘 맞는 향수였기 때문이다. 향수를 처음 맡았을 때 나도 모르게 '오오~' 하는 소리가 났다. 첫향은 약간 아이시하고 세련되고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꽃향기지만 은은하고, 밝은 향이다. 커다란 뚜껑 때문에 소위 대두 향수라고도 불리는 이 향수는 미니어쳐도 오리지널 향수병과 똑같이 생겨 미니어쳐가 아아주 귀엽다. 분홍색도 그렇고, 아아 여자가 된 기분이다. (뭐라고? ㅎㅎㅎ)




두번째로 산 향수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두번째로 산 향수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역시 왜 국민향수인지 알 수 있는 멋진 향수였다. 처음 뿌리면 향긋한 과일향이 나고 점점 은은한 장미향으로 바뀌고 잔향은 살짝 파우더리하고 머스크향이 난다. 베르사체와 마찬가지로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의 향수다. 어디 중요한 자리에 갈 때 뿌리기에 제일 무난하고 얌전한 향수인 것 같다. 미니어쳐 병도 오리지널과 똑같은데 크기가 작아서 너무 귀엽다. 다만 스프레이가 아니라 스플래시라 향수를 뿌리려면 아주 모양빠지게 저 뚜껑을 통째로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ㅎㅎㅎ 용량은 5ml 정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