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에서 나온 '레플리카 (Replica)' 라는 향수가 있다. 이 향수는 어떤 특정한 순간을 복제해서 재현한다는 의미로 레플리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향수마다 각기 어느 시공간을 모티브로 삼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다. 예를 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샘플은 Replica - Jazz Club이라는 향수인데, 2013년 브루클린의 재즈 클럽의 향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순간을 재현했다는 것 때문인지 레플리카 향수는 이름들이 독특하다. '게으른 일요일 아침 (Lazy Sunday Morning)' 이라는 향도 있고, '벽난로 옆에서 (By the Fireplace)' 라는 향도 있다. (사실 '게으른 일요일 아침' 향이 한국에서는 인기가 많은 모양인데, 내가 궁금해지는 건 '벽난로 옆에서' 향. ㅎㅎㅎ)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아서 해외직구로 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매장에서는 점원들이 의사가운을 입고 구매를 도와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점원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돕는다는 의미라는데 (잠깐 웃고 가자 ㅎㅎㅎ) 아무튼 그것과 같은 맥락인지 모르겠지만, 향수병의 모티브가 약간 빈티지한 약병같다. 병에 붙어있는 라벨은 종이가 아닌 패브릭이다. Sephora에서도 파는데, 가서 보니 가격대가 꽤 비쌌다. 100ml에 126불 정도!;;; 

사실 향.알.못이었던 나는 레플리카가 향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옛날에 받은 향수 샘플 중에 '레플리카'라는 게 있길래 무슨 시향을 위한 복제품인가... 하고 생각했지 뭔가. 여튼, 향수탐색을 시작하면서 이 샘플의 향을 맡아봤는데 역시 남자 향수인 것 같아서 구석으로 치워뒀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찮게 새로운 향의 레플리카 공짜 샘플을 받아오는 바람에 신이 나서~ ㅎㅎㅎ 두 향수를 묶어서 쓰는 레플리카 향수 특집.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재즈클럽 (Maison Martin Margiella Replica Jazz Club)


방금 전에 언급했던, 레플리카 재즈클럽 향이다. 너무 당당하게 아래 남성용 향수 (male fragrance)라고 써 있는데, 아래 꽃향기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왜 내 취향은 다 이렇게 남성용인가!) 첫향의 알코올 향이 재즈클럽에서 나는 술냄새 같은 느낌이 좀 든다. 향 자체는 좀 묵직하다. 나무향과 쇠향, 그리고 Cigar 향이 뒤섞여 약간 알싸한 냄새가 한참 나다가 베이스 노트는 달달해진다. 재즈 클럽이니까 쇠향도 브라스 같은 악기 냄새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자꾸 맡다보니...아무래도 파스 냄새 같다. ㅎㅎㅎ 이유는 모르겠다. 재즈클럽에서 아저씨들이 파스를 붙이고 앉아있나? ㅎㅎㅎ 암튼 잠깐 리뷰들을 둘러보니 한국에서는 레플리카 남성용 향수 중에서 '재즈클럽'이 제일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그렇겠지 아무래도 익숙한 냄새일테니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Maison Martin Margiella Replica Flower Market)


오늘은 일이 있어 친구랑 몰에 갔다가 Sephora에 들렸는데, 친구가 자기가 좋아하는 향수가 있다며 맡아보라고 해서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향을 맡아 보았다. '꽃시장'이라는 이름답게 어디서 갓 따온 꽃향기가 뭉글뭉글 느껴지는 향이어서, 처음에 맡아보고는 '우와!'라고 했다. 이 향은 2011년 파리의 꽃 시장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장미향이 제일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 꽃 저꽃 다 섞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어쩐지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향이다. 그런데 Sephora에서 향수를 구경한 게 처음이어서 몰랐는데, 점원에게 샘플을 달라고 하면 점원이 빈 샘플병에 몇번 칙칙 뿌려서 담아주더라! 그래서 친구의 도움으로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집에 와서 일하면서 다시 뿌려봤는데 (또 다시 시작된 양쪽 팔에 다른 향 뿌리고 일하기 ㅎㅎ) 첫향에서는 나지 않던 물비린내가 미들노트에서부터 올라와서 순간 울렁거릴 뻔 하긴 했다. 왜 물 냄새를 넣었는지는 알겠다. 갓 따와서 물에서 막 꺼낸 향처럼 싱그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꽃저꽃이 물향 때문에 한데 모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원래도 비위가 약한 나는 이 물비린내에 진짜 약한 듯. 내가 웬만하면 안 그러는데 일 하는데 방해될 정도여서 결국 물로 씻어내고 다시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넛을 칙칙 뿌리고 '아아~ 바로 이거지~' 하면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ㅎㅎㅎ 지금 이 포스팅을 하면서 다시 오른팔에 플라워 마켓 향을 뿌려봤는데, 아까에 비해서 훨씬 물비린내의 충격은 덜한 것 같다. 음 향은 괜찮은데, 그렇다고 내가 사서 쓰고 싶지는 않은 정도의 호감도다. ㅎㅎ

위에는 멋들어진 사진들을 가져왔으나, 내가 가지고 있는 샘플의 실제 비주얼은 이러하다. ㅋㅋㅋㅋ 왼쪽이 백화점 웹사이트에서 분명 뭔가를 사면서 공짜로 받았을 레플리카 재즈클럽 샘플이고, 오른쪽이 오늘 Sephorad에서 받아온 레플리카 플라워 마켓. 이 사진을 대표사진으로 올릴까 하다가 너무 비주얼이 별로라서 멋들어진 사진들을 위에 가져왔다. ㅎㅎㅎ 다음 주 이맘때쯤에는 동생을 만나게 되어 있는데, 동생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샘플들을 모조리 주겠다고 하니, 그걸로도 한참 향수놀이...아니 향수탐색을 할 수 있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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