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메테르는 굉장히 독특한 향수 브랜드다. 애초에 설립자가 일상 속의 향을 재현하기 위해서 향을 만들기 시작한 거라고 하는데, 그 이름들을 보고 있노라면 딱히 향수라고 하기에는 좀... 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고양이 털, 비, 세탁소, 흙, 지렁이, 피자, 딱풀 향도 있는데, 설마 이런 걸 정말 뿌리고 다니라고 만든 건 아니겠지 싶다. ㅎㅎㅎ 아무튼, 향수라기보다는 장난감 같기도 한 데메테르는 그래서 자칭 타칭 향수 도서관이라고 불린다. 향수를 재미로 뿌리고 있는 나도 역시 데메테르가 궁금해져서 데메테르 웹사이트에 들어가 찝적거리다가(?) 몇개의 샘플러를 질렀다.
데메테르 웹사이트에 가면 몇백개가 넘는 향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궁금하면 들어가 보시라. https://demeterfragrance.com
데메테르의 특징은 탑노트-미들노트-베이스노트의 구분이 없고 딱 한가지 향만 분명하게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향을 정직하게 재현하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니어쳐도 있었지만 굳이 샘플러를 산 것은, 미니어쳐가 이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향수로 사기엔 좀 위험부담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지른 샘플은, 예전에 아기냄새 특집에서 썼던 퍼지네이블과 베이비파우더 향 외에도 네개가 더 있었는데, 아래와 같다.
(퍼지네이블과 베이비파우더향에 대한 지난 포스팅을 보려면 클릭
2018/03/12 - [향.알.못의 향수탐색] - 향.알.못의 향수탐색 (5) 어디서 베이비 파우더 냄새가 난다 )
데메테르 체리 블라썸 (Cherry Blossom), 퓨어 솝(Pure Soap), 애플 블라썸 (Apple Blossom), 레인 (Rain)
데메테르 체리 블라썸 향은 사실 벚꽃향이라 기대치가 컸다. 그런데 사실 냄새가 벚꽃 같지는 않다. 상큼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긴하는데 약간 샴푸향 비슷하다. 그 향이 나쁘진 않은데 딱히 벚꽃이라고 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과일향에 가깝다. 굳이 말하자면 체리맛 사탕향? 데메테르 애플 블라썸 향도 역시 기대가 컸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사과향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으나, 나는 사과향 샴푸 향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향이 나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큼한 사과향은 커녕 살짝 비리고 달착지근한 향이 나서 당황했다. 이건 정말 뭐라 표현하기 힘든 향이다. ㅎㅎㅎ 데메티르 퓨어 솝은 정말로 딱!!! 세탁비누 냄새가 난다. 어렸을 때 엄마가 화장실에서 빨래비누로 운동화 빨아줄 때 나던 냄새? ㅎㅎㅎ 정말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딱딱한 세탁비누 냄새.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이라과 해서 사긴 했는데, 그리고 세탁비누 향이 나쁘진 않은데, 굳이 왜 이걸 뿌리고 다니는 걸까? 하는 생각은 든다. 빨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 빨래한 옷인 척 하기 위해? ㅋㅋㅋㅋ 네번째 데메테르 레인 향은, 애초에 뿌릴 생각으로 산 건 아니었다. 다만,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설명에, 비가 내리기 직전의 그 쿰쿰한 먼지냄새를 재현한 거라고 하길래... 사실 그 냄새를 내가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궁금했다. 그런데... 아... 정말 충격적인 물 비린내가 났다. 너무 비리고 당황스러워서 씻어냈는데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 기대와 달라서 그랬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애초에 방향제처럼 쓰라고 만든 향일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그 다음날 공기중에 뿌려보았다가 ... 환기하고 난리 법석.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뿌리면 절대로 그 비린내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데메테르 레인 너는, 향수는 커녕 방향제도 아닌 걸로. ㅜ_ㅠ 인터넷 구매 첫 실패 아이템이다.
결론은, 베이비 파우더 향이 제일 좋다. 정말 정확하게 베이비파우더 향이다. 그리고 퍼지 네이블도 향이 좋아서, 가끔씩 향수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체리 블라썸도 상큼한 맛에 나쁘진 않고, 가끔 향수로 쓰거나 공기중에 뿌려 방향제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퓨어 솝은 솔직히 향수로 쓸 것 같진 않다. 가끔 빨래한 척 할 때 뿌리거나 방향제 용으로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애플 블라썸도 뭐.. 가끔 방향제로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레인은... 처치곤란이다. -_-;;; 혹시 원하는 사람 있으면 그냥 드리겠다. ㅎㅎㅎㅎ (그런데 나도 거부한 비향이고 보면 그걸 누가 원하겠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