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 매장이 생긴 다음 매번 가서 향을 맡아보곤 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은 역시 파이어 플레이스가 좋다는 것과, 레이지 선데이 모닝이 의외로 괜찮다는 것. 레이지 선데이 모닝 같은 경우, 예전에는 그냥 꽃 냄새 좀 섞인 비누냄새라고 생각했는데 몇번 더 오며가며 맡아보니 깔끔하게 딱 떨어지면서도 뭔가 파우더리한 냄새가 났다. 아무튼 주머니에 시향지를 넣고 다니다가 갑자기 훅 맡았을 때 어? 이거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드는 향수여서 오며 가며 몇번 더 맡아본다. 

오늘 소개할 향수는 2019년 신상인 '스프링 타임 인 더 파크.' 굳이 번역하자면 '공원에서의 봄날'인데, 2019년 상하이라고 써 있는 걸 보면 상하이에 있는 공원을 봄에 걷다가 맡은 꽃냄새 과일냄새인가 보다. 신상이라 그런지 노트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탑노트는 백합과 자스민, 다마스크 로즈, 미들노트는 머스크, 우드, 그리고 잔향은 바닐라라고 한다. 노트 정보와 관계없이 내 시향기를 남겨보자면 일단 계열은 퍼지네이블 계열로 분류하고 싶다. 첫향은 부드러운 복숭아 냄새 같은 과일냄새에 웬지 모르게 약간 소금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바닐라인자 우유인지 부드러운 냄새가 같이 났다. 퍼지네이블처럼 파우더리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우유 섞인 복숭아 냄새 같은 느낌은 비슷했다. 미들에서는 확실히 머스크가 섞이면서 서양배 냄새같은 것도 나고 뭔가 시원한 냄새가 나다가 잔향은 바닐라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바닐라가 그렇게 달거나 강하지는 않고 그냥 탑노트에서 나던 부들부들한 우유냄새 같은 게 그냥 남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약간 쿰쿰한 꽃냄새. 레플리카 플라워마켓에서 맡았던 것 같은 꽃냄새가 남는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달달하다. 남녀 공용이라고 써 있지만 확실히 여자들이 많이 뿌리고 다닐 향이고, 퍼지 네이블이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향수라고 하니 남자들이 좋아할 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내 취향에는 역시 너무 여성스럽다. 나는 파이어 플레이스가 역시 좋아. 

 그나저나 오늘의 발견은 그것보다는 레이지 선데이 모닝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원래 비누 계열 향수들은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해 왔다. 딱히 정감이 가는 향수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웬지 오늘은 칼같이 떨어지는 시원한 느낌과 비누냄새 꽃냄새가 좋았던 것 같다. 오늘 만난 친구가 비누냄새를 좋아하는 애라서 레이지 선데이 모닝 시향지를 갖다주면서 '네가 좋아하는 향이지'라고 했더니 친구는 자기가 평소에 생각하는 내 냄새가 이것과 비슷하단다. 읭? 나한테서 이렇게 깨끗한 냄새가 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아니... 넌 예전에 나한테 아기냄새 같은 게 난다면서. 라고 했더니 아기 냄새 같으면서도 파우더리 하고 꽃 냄새 같기도 하고 그런 향이란다. 뭔가 아기냄새랑 비누냄새는 너무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한편 코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말을 막 지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자랑으로 마무으리. ㅋㅋㅋ

덧: 친구에게 '내가 좋아하는 건 이건데' 라고 하면서 파이어 플레이스를 맡게 해 보았더니 친구가 으엑! 하면서 말했다. 이건 진짜 아니다.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파이어 플레이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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