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서관 가는 길 향수골목을 지나며 시향지 하나씩 가져오는 게 낙이다. 오늘은 딥티크에 가서 롬보르단로, 베티베리오, 그리고 탐다오를 시향지에 뿌려 가져왔다. 롬보르단로는 생각보다 꽃향기가 너무 강해서 가방 속에 넣어버렸고 (읭?) 베티베리오랑 탐다오는 손에 들고 킁킁거리며 도서관으로 올라왔다. 딥티크의 향수 중 유명하다는 것들은 다 맡아본 것 같은데, 내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도손이나 롬보르단로같은 딥티크의 꽃향기는 좋긴 하지만 내겐 좀 멀미나는 향들이다. 필로시코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곧 질렸고, 탐다오가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므로 오늘의 리뷰는 탐다오.
노트정보는 다음과 같다.
탑노트: 로즈우드, 사이프러스, 머틀나무.
미들노트: 샌들우드, 시더우드
베이스노트: 스파이시노트, 앰버, 화이트머스크, 로즈우드.
노트 정보를 보면 알겠지만 주로 나무다. 탐다오는 전반적으로 향긋한 나무냄새다. 이런 냄새를 내가 어디서 맡아봤더라 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노트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절냄새란다. 절냄새라고 하니 뭔지 알 거 같고 확실히 절냄새 같은 면도 있어서 빵터지긴 했지만, 절냄새라고 격하하기에는 그래도 좀더 향긋하고 스파이시 하다.
오래된 나무 건물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들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한 선배 둘과 안동 병산서원에 답사를 갔다가 바람 솔솔 불어오던 만대루에서 살짝 잠이 들었는데 그때 바람결에 실려오던 향긋한 나무냄새 같은 것. 사람 손이 많이 닿아 그 온기가 스며 반들반들한 나무 마룻바닥에서 나던 그런 편안하고 시원한 나무 냄새. 거기에 알싸하고 스파이시한 향 냄새가 추가 되니까... 결국 절냄새가 되네...ㅋㅋㅋ 그래 인정하자. 탐다오는 절 냄새다. 절냄새보다 조금 더 스파이시하고 향긋하지만 절 냄새다. 그런데 그래도 좋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무냄새니까.
....그런데 역시 남자향수라 한다. ㅎㅎㅎ
베티베리오는 나무냄새이긴 하지만 꽃냄새가 더 많이 가미된 느낌이다. 꽃향기 때문에 우디하면서도 탐다오보다는 여성스러운 향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왜 그런지 탐다오만큼 시원하지는 않고 게다가 중간에 짭짤한 냄새같은 게 난다. 그게 대체 뭔지는 모르겠다. 클로브인가? 왜 블루바틀 커피 마실 때 치커리 향같은 그런 짭짤함. 아무튼 짠 꽃나무 향기 정도 되겠다. 내 취향은 아닌듯 하다.
탑노트: 베르가못, 그레이프 푸르투, 레몬, 만다린 오렌지.
미들노트: 제라늄, 로즈, 넛맥, 클로브
베이스노트: 베티버, 머스크, 시더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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