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의 결혼 선물 등으로 조말론 매장을 몇번 들락거리다 보니 이제 웬만한 조 말론 향들은 다 맡아본 것 같다. 처음 맡은 향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조 말론은 다 좋은 줄 알았는데, 가서 맡아 보고 샘플을 얻어와 뿌려보고 하다보니 꼭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좋아하는 향들이 뭔지 알아냈고, 나머지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면서 조 말론 및 향수에 대한 관심이 뚝 식어버리고 말았다. (?!) 하지만, 친구의 결혼선물 및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여러 샘플을 갖게 되었다. 그 중에 예전에 리뷰한 적 없던 두 향, 조 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와 조 말론 피오니 앤 블러시 스웨이드 두 향을 리뷰해 보려고 한다. 둘 다 매장에서 맡아보고 나쁘진 않지만 또 그렇게 좋지도 않다...라고 생각했던 향이다.
조 말론 피오니 앤 블러시 스웨이드 (Jo Malone Peony and Blush Suede)
조 말론 피오니 앤 블러시 스웨이드는 물이 많이 섞인 꽃향기이다. 꽃 중에서도 달달한 향이 많이 나는 꽃. (아마도 피오니인 것 같다. 피오니는 작약).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꽃향기 느낌이라서 무난히 사랑받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향이 평범하진 않다. 꽃 향기 너머로 생일 초 불어서 끄자마자 나는 약한 탄내가 느껴진다..(대체 왜?!;;; 하지만 진짜다, 맡아보셈) 조 말론 향수 중에서도 꽤 인기가 많은 향이라고 들었는데, 소녀시대 써니가 뿌렸다나 뭐라나. 물이 많이 섞인 향이라서 잘못 맡으면 약간 울렁거릴 수도 있다. 탑노트는 사과라는 데 전혀 사과향은 모르겠다. (내가 막코라서 그럴 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대부분 스쳐 지나가듯 향수를 맡는 일반인들은 막코니까 괜찮다 ㅎㅎ) 스웨이드 향은 노트 설명에도 그렇고 다른 리뷰에도 그렇고, 실제로 스웨이드 냄새라기보다는 그런 질감이라는 뜻에서 넣은 듯 하다.
조 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Jo Malone Earl Grey and Cucumber)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솔직히 내 코에는 오이 같지도 않고 홍차 같지도 않다. 시트러스 계열로 분류되어 있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솔직히 시트러스 향 같은 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 스파이시한 느낌의 머스크한 향이 첫 향부터 강하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따뜻한 향인 것 같다. 탑노트에서 강하던 머스크가 뒤로 가면 조금씩 사라지고, 그제서야 버가못 향이 좀 나기 시작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향이 살짝 나면 세련된 느낌이 들 것 같긴 하다. 역시 나쁘진 않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이제 있는 조말론 향수 샘플들을 가지고 레이어링을 해 보자.
조말론의 프래그런스 컴바이닝에 나와있는 가이드에 따르면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레드 로지즈랑 레이어링을 하도록 권하고 있어서 한번 해 보았다.결과는 역시 그냥 그렇다. 레드 로지즈의 톡 쏘는 향이 너무 강해서, 그게 얼그레이 앤 큐컴버의 강한 머스크향과 함께 역시 코를 찌른다. 그러나 어쨌거나 조 말론은 레이어링을 하면 무조건 좀 더 풍성해지기는 하는 것 같았다. 향긋한 느낌이 조금 더 살아나긴 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조 말론에서는 이런 조합을 나름 싱그럽거나 신선함이 더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 레드 로지즈 미안하지만 정말 너는 내게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구나.
역시 조말론 웹사이트의 조언에 따라 피오니 앤 블러시 스웨이드를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와 레이어링 해 보았다. 여전히 피오니 향이 강하게 나긴 하지만 그래도 싸한 잉글리시 페어 향이 더해지니까 향이 더 시원해지고 달달한 향이 좀 더 살아난다. 나쁘지는 않은 조합인 듯 하다. 피오니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것도 좋아할 수도. 개인적으로는 피오니 향이 아무래도 타다남은 양초 같아서 별로다.. ㅎㅎㅎ
피오니 앤 블러시 스웨이드와 우드 세이지 앤 씨 쏠트 역시 조말론에서 권장하는 조합이다. 우드 세이지 앤 씨 쏠트는 사실 다른 향수들이랑 조합하기에 꽤 좋은 향인게 전반적으로 단조로우면서도 자몽향 같은 과일향이 살짝 돌고 있어서, 과일향이나 꽃향이 나는 다른 향수랑 뿌리면 과일향을 확 풍성하게 해준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블랙베리 앤 베이랑 특히 잘 어울린다. 그런데, 피오니랑은 정말 왜 권장 조합인지 모르겠을만큼 따로 노는 것 같다. 오히려 우드 세이지 씨 솔트에 있는 자몽향 보다는 소금향이 확 오는데, 그러다보니... 생일초 타다 남은 데 소금 뿌린 것 같은 향이 난다;; ㅎㅎㅎ 물론 주관적인 평이지만...ㅎㅎㅎ 아무튼 이 조합도 내 취향은 아닌 걸로. ㅎㅎ
어쨌거나, 현재로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 말론 조합은
블랙 베리 앤 베이 + 우드 세이지 앤 씨 쏠트 (일명 블베베+우세솔 조합)
블랙 베리 앤 베이 + 잉글리시 오크 앤 레드커런트 (일명 블베베 + 잉오레 조합) :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넛보다 레드커런트가 훨씬 더 블베베와 잘 어울린다. 아마도 레드커런트에서 나는 과일향을 블베베가 풍성하게 살려줘서 그런 것 같다.
이다..
그리고 단독으로 뿌리기에 제일 좋아하는 건 여전히
잉글리시 오크 앤 헤이즐 넛
잉글리시 오크 앤 레드커런트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
블랙 베리 앤 베이
이렇게 네 가지. ㅎㅎ 아마 한동안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조말론에 대한 예전 포스팅은...
2018/04/05 - [향.알.못의 향수탐색] - 향탐기록 (16) 역시 요즘 최고의 장난감 - 조 말론 향수들을 레이어링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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